회사를 합칠 때 곧바로 합병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먼저 지분을 사서 자회사로 두고, 한동안 운영해 보다가 합병합니다. 실사에서 못 본 것이 나올 수 있으니 한 단계를 두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 순서의 셈법이 달라집니다. 계열사 간 합병에만 붙는 절차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계열사 간 합병에만 붙는 세 가지
개정 조문의 적용 범위는 항마다 다릅니다. 여기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 비계열 상태에서 바로 합병 | 인수 → 계열사 → 나중에 합병 | |
|---|---|---|
| 공정가액 원칙(①) | 적용 | 적용 |
| 이사회 의견서·평가 공시(②③) | 적용 | 적용 |
| 감사가 평가기관 선정(④) | — | 적용 |
| 이해관계 공시(⑥) | — | 적용 |
| 시행령의 합병가액 산식 | — | 적용 |
마지막 줄도 큽니다.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은 “주권상장법인이 그 계열회사와 합병하려는 경우”에만 기준시가 산식을 강제합니다. 비계열 간 합병은 2024년 개정으로 이 산식에서 빠졌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열사가 되고 나서 합병하면 절차가 세 겹 더 얹힙니다.
그래서 바로 합병하는 쪽이 늘 수 있다
제도만 놓고 보면 유인이 분명합니다. 지분을 사서 계열사로 만든 뒤 합병하는 경로는 무거워지고, 비계열 상태에서 곧바로 합병하는 경로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집니다.
특히 ④는 일정에 영향을 줍니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해야 하므로, 평가기관 선정 자체가 하나의 절차 단계가 됩니다. 회사가 미리 정해 두고 진행하던 방식과는 다릅니다.
다만 지분을 털어도 1년은 따라온다
빠져나갈 구멍부터 막아 두겠습니다. 현행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은 계열회사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계열회사가 아닌 법인 중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부터 최근 1년 이내에 계열회사의 관계에 있었던 법인을 포함한다
합병 직전에 지분을 정리해 계열 관계를 끊는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1년을 거슬러 봅니다.
다만 이 문구는 현행 시행령의 가액 산식 조항에 있는 것입니다. 새로 생기는 제165조의4 제4항의 “계열회사 관계”를 어떻게 판정할지는 같은 조 제7항이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후속 개정을 봐야 확정됩니다.
절차가 가볍다고 그쪽이 답은 아니다
여기가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자리입니다. 인수를 먼저 하는 이유는 절차를 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 우발부채를 떠안는 시점이 다릅니다. 합병하면 상대 회사의 채무와 소송이 그대로 넘어옵니다. 지분만 사 두면 일단 그 법인 안에 남습니다
- 실사에서 안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장부 밖 보증, 진행 중인 세무조사, 인력 이탈 같은 것은 한 해쯤 같이 운영해 봐야 드러납니다
- 되돌리기가 다릅니다. 지분은 다시 팔 수 있지만 합병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절차 세 겹을 아끼자고 이 위험을 앞당겨 받는 것이 남는 장사인지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합병 이후에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는 우리 회사의 부채입니다.
무엇부터 확인하나
순서는 이렇습니다.
- 상대 회사와 지금 계열 관계인지, 최근 1년 안에 계열이었던 적이 있는지
-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언제 할 것인지(시행일 전이면 종전 규정)
- 계열사 간 합병이라면 감사·감사위원회가 평가기관 선정을 준비할 수 있는지
- 실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남아 있는지, 남아 있다면 한 단계 두는 값어치가 있는지
자주 묻는 질문
비상장 회사끼리는 해당이 없나요?
제165조의4는 주권상장법인의 합병에 적용됩니다. 다만 상장 계열사와 합병하는 비상장 회사는 제4항의 “계열회사 간 합병 등”에 포함되므로 당사자가 됩니다.
계열사 간 합병을 미루면 유리한가요?
미룬다고 계열 관계가 없어지지 않으므로 절차는 그대로 붙습니다. 시행일 전에 이사회 결의를 마치면 종전 규정이 적용되지만, 결의만 서둘러 놓고 실질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감사가 평가기관을 고르면 회사는 관여할 수 없나요?
선정 주체가 감사·감사위원회라는 뜻이고, 회사가 후보를 제시하거나 조건을 협의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종 선정 결정과 그 근거는 감사 쪽에 남아야 합니다.
글의 내용은 통과된 법률안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개별 사안 확인이 필요하시면 상담문의에 남겨주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