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집을 자녀에게 넘기면 취득세가 2억?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진 부모가 있습니다. 한 채는 전세를 놓았고, 그 집을 결혼한 무주택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전세보증금은 자녀가 떠안는 조건입니다.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2026년에 바뀐 법 때문에, 이 집의 부담부증여 취득세가 1억 8,000만 원 나올 뻔했습니다. 원래대로면 7,200만 원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꼬였고, 어떻게 정리됐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부담부증여가 뭔가?

빚을 함께 넘기는 증여입니다. 집을 그냥 주면 전부 증여지만,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자녀가 떠안으면 그 부분은 “공짜로 받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법은 하나의 거래를 둘로 쪼갭니다.

 시가 15억 아파트  =  전세보증금 12억  +  나머지 3억
                        ↓                    ↓
                    자녀가 떠안음         공짜로 받음
                        ↓                    ↓
                    유상 취득             무상 취득
                     (3%)                 (12%)

이렇게 나누는 근거가 지방세법 제7조 제12항입니다.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상으로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부담부증여 취득세가 유리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2억이 낮은 유상 세율을 타기 때문입니다.

2026년에 무엇이 바뀌었나?

가족끼리 시세보다 싸게 넘기는 거래를 막는 규정이 새로 생겼습니다. 제7조 제11항 제4호에 단서가 붙었습니다.

2025년까지 2026년부터
원칙 가족 간 거래는 증여로 봄 같음
예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증명하면 유상 거래로 인정 같음
새 단서 — 대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으면 예외를 적용하지 않음

“현저히 낮다”의 기준은 둘 중 하나만 걸려도 해당됩니다.

  • 시가인정액과 대가의 차액이 3억 원 이상
  • 대가가 시가인정액보다 30% 이상 낮음

여기 걸리면 유상 거래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동산 전체를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조정대상지역의 일정 가액 이상 주택이라면 세율이 12%로 뜁니다(제13조의2 제2항).

가족 간에 헐값으로 넘겨 취득세를 아끼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취지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왜 전세금이 문제가 됐나?

법에 한 줄이 더 있기 때문입니다. 제7조 제12항 단서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의 부동산등의 부담부 증여의 경우에는 제11항을 적용한다.

즉 가족 간 부담부증여에도 새 단서가 그대로 걸립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자녀가 떠안은 전세보증금 12억을, “집을 받기 위해 지급한 대가”로 볼 것인가?

그렇게 보면 계산이 이렇게 됩니다.

 시가인정액 15억  −  대가로 본 전세금 12억  =  차액 3억
                                                 ↓
                                    "차액 3억 원 이상" 기준에 걸림
                                                 ↓
                                    15억 전체를 증여로 의제 → 12%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시세의 70% 안팎인 곳이 많습니다. 그러니 평범한 부담부증여가 거의 다 이 기준에 걸립니다. 저가로 넘겨 세금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부담 차이는 이만큼입니다.

전체를 증여로 볼 때 원래대로 나눠 볼 때
전세금 12억 12% 3%
증여분 3억 12% 12%
취득세 1억 8,000만 원 7,200만 원

차이가 1억 원을 넘습니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가 각각 더 붙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어떻게 정리했나?

2026년 5월, 전세금을 대가로 보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이 나왔습니다(부동산세제과-1670, 2026. 5. 26.).

논리는 간단합니다. “대가를 지급했다”는 것은 부동산을 이전받는 값으로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내주었다는 뜻인데, 부담부증여에서 떠안는 채무는 그 집의 온전한 값이 아닙니다. 나머지는 공짜로 받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채무액을 집 전체의 거래대가로 놓고 새 단서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었습니다. 자녀가 그 빚을 실제로 떠안을 능력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채무액을 유상 취득으로 인정합니다. 이름만 빌려 빚을 넘긴 것처럼 꾸미는 경우까지 봐주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결과
채무 인수 능력이 확인됨 채무액은 유상, 나머지는 증여 → 원래대로
확인되지 않음 유상으로 인정받기 어려움

실제로는 어디서 갈렸나

이 “능력 확인”이 말로만 있는 요건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들이 그 지점에서 갈렸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3. 5. 3. 선고 2022구단52372 판결 — 아들이 아버지의 주택을 29억 500만 원에 사면서, 아버지가 전세보증금 19억 원으로 계속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매매대금 중 19억 원을 빼고 10억 500만 원만 실제로 보냈습니다. 과세관청은 19억 원 부분은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경정청구를 거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매매대금에서 임대보증금을 공제한 금액만 지급하고 임차하는 거래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고, 매매대금 대비 보증금 비율이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과 유사했으며, 원고는 자기 계좌에 예치된 금액을 송금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재산과 임대차보증금 채권으로 대가를 모두 지급한 것으로 보아 전부 유상 취득으로 인정했습니다. 조세심판원에서 기각됐던 사건(조심2021지0497)이 법원에서 뒤집힌 것이고, 이 판결은 항소기각(서울고등법원 2023누43909)과 심리불속행 상고기각(대법원 2023두59490)으로 확정됐습니다.

조심2019지3740 결정 — 반대의 경우입니다. 아들에게서 주택을 사면서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 사실이 금융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청구인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반환한 사실이 없었고 관련 특약도 없었습니다. 그 부분은 증여로 보아 과세한 것이 옳다고 결정됐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논리가 아니라 자료입니다. 돈의 흐름과 거래 조건이 서류로 남아 있었느냐가 갈랐습니다.

부담부증여 취득세,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유권해석이 나왔으니 안심해도 되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확인할 것이 남습니다.

첫째, 자녀의 채무 인수 능력을 남기십시오. 소득 자료, 예금 내역처럼 전세보증금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 유권해석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조건입니다.

둘째, 증여 직전에 대출을 새로 일으키는 것은 피하십시오. 증여 며칠 전에 담보대출을 받아 채무를 만들고 그 상태로 넘기면, 거래의 실질이 저가 양도로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유권해석이 있어도 이런 사안까지 보호해 주지는 않습니다.

셋째, 전세보증금이 시세 대비 정상 범위인지 확인하십시오. 앞의 사건에서 법원이 본 것도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었습니다. 유독 높게 설정된 보증금은 그 자체로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넷째, 조정대상지역인지와 시가인정액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조정대상지역이 아니거나 증여자가 1세대 1주택자라면 애초에 12% 중과 대상이 아닙니다. 겁먹기 전에 대상 여부부터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권해석이 나왔으니 부담부증여는 안전한가요?

기계적으로 전체를 증여로 보지는 않는다는 뜻이지, 모든 부담부증여가 통과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채무 인수 능력이 확인되지 않으면 여전히 유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유권해석은 판단 기준을 정리한 것이고, 그 기준을 충족했는지는 사안마다 따로 봅니다.

유권해석과 다르게 과세되면 어떻게 하나요?

고지가 나오기 전이라면 과세예고통지 단계에서, 고지 후라면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로 다툴 수 있습니다. 유권해석은 법원을 구속하지는 않지만 과세관청의 판단 기준이므로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불복 절차의 차이는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는 무엇이 다른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취득세만 신경 쓰면 되나요?

아닙니다. 부담부증여는 자녀에게 증여세, 부모에게 양도소득세가 함께 걸립니다.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모가 유상으로 넘긴 것이 되어 양도소득세 대상이 됩니다. 취득세만 계산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전체 세 부담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실제 판단은 회사의 거래 구조와 자료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별 사안 확인이 필요하시면 상담문의에 남겨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