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에서 회사가 밝혀야 할 것은 어디까지인가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자료 요구가 이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회사가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무조사 소명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는 법리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그 기준을 잡아 두겠습니다.

원칙은 과세관청이 밝힌다

국세기본법 제16조가 출발점입니다. 장부를 갖추고 기록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의 조사와 결정은 그 장부와 증거자료에 의하여야 합니다. 장부를 부인하려면 그 부분에 대해 정부가 조사한 사실로 결정하고, 결정의 근거를 결정서에 적어야 합니다.

대법원도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금부과처분취소소송에 있어서 과세요건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은 과세권자에게 있다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두6604 판결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쪽은 회사가 아니라 과세관청입니다.

그런데 왜 회사가 자료를 내게 되나

같은 판결이 이어서 예외를 붙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 사실이 추정되는 사실이 밝혀지면, 상대방이 문제로 된 당해 사실이 경험칙 적용의 대상 적격이 되지 못하는 사정을 입증하지 않는 한, 당해 과세처분이 과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세관청이 경험칙상 과세요건이 추정될 만한 사실을 먼저 밝히면, 그다음에는 회사가 “그 추정이 우리 경우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정을 대야 합니다.

실무에서 세무조사 소명 요구가 오는 지점이 대개 여기입니다. 조사관이 아무 근거 없이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추정될 만한 사실을 잡아 놓고 반대 사정을 묻는 것입니다.

항목별로 누가 밝히나

항목원칙적으로 밝힐 쪽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과세관청
과세처분 절차의 적법성과세관청
추계과세의 합리성과 타당성과세관청
경험칙상 추정된 사실이 맞지 않는 사정회사

추계과세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분명하게 밝혀 두었습니다. 추계과세는 장부와 증빙이 없거나 미비·허위여서 근거과세를 할 수 없을 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 적법 여부가 다투어지면 합리성과 타당성에 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82. 9. 14. 선고 82누36 판결).

장부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추계가 정당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세무조사 소명, 무엇을 준비하나

장부와 증빙을 갖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한 방어입니다. 제16조가 근거과세를 명령하고 있으므로, 장부가 살아 있으면 과세관청이 그것을 부인할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요구받은 자료가 무엇을 추정하려는 것인지 파악하십시오. 계좌 내역을 묻는다면 귀속을, 거래처 확인을 묻는다면 거래의 실재를 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반박해야 하는지가 정해져야 자료도 정해집니다.

결정의 근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16조 제3항은 결정서에 조사한 사실과 결정의 근거를 적도록 하고, 제4항은 납세자가 요구하면 열람하거나 복사하게 하도록 합니다.

조사 대상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세무조사 대상은 어떻게 정해지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료를 안 내면 불리해지나요?

유리하지 않습니다. 장부와 증빙이 없거나 미비하면 추계과세의 문이 열립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추계의 합리성은 과세관청이 밝혀야 합니다. 낼 수 있는 자료를 내는 편이 낫습니다.

조사관이 요구하는 자료는 다 줘야 하나요?

조사 범위와 관련된 것이어야 합니다. 요구 사유와 대상 기간을 확인하시고,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되면 근거를 물어보십시오. 응한 자료는 나중에 사실관계의 기초가 됩니다.

소명서를 잘 쓰면 조사가 끝나나요?

소명은 추정을 깨는 작업이지 협의가 아닙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보다 날짜·금액·상대방이 특정된 자료 한 장이 낫습니다.


글의 내용은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실제 판단은 사실관계와 자료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별 사안 확인이 필요하시면 상담문의에 남겨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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